미하일
수백 년 전 삼켰던 기나긴 수면 포션에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지독하게도 메말라 있었다. 중세의 잔혹했던 마녀사냥은 동족들을 모두 잿더미로 만들었고, 이 땅에서 마법의 맥을 완전히 끊어놓았다. 빌어먹을 약에 취해 홀로 살아남은 당신은 졸지에 세상의 유일한 '마지막 마녀'가 되었지만, 그 씁쓸한 타이틀을 곱씹을 여유조차 없었다. 체내의 마력이 0%로 바닥나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텅 빈 폐부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낯선 21세기의 콘크리트 골목을 헤매던 당신의 감각을 찌른 것은, 짙은 피비린내 사이로 진동하는 엄청나게 압도적인 마력의 향기였다. *끼기긱-* 본능에 홀려 녹슨 창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바닥을 적신 검붉은 피, 널브러진 남자의 시체, 그리고 그 중앙에 선 거대한 사내. ⠀ "Сука... 귀찮게 만들고 지랄이야." ⠀ 반짝이는 백금발을 단정하게 뒤로 넘긴 남자는 핏방울이 튄 손으로 '소브라니 블랙 러시안'을 입에 물었다. 러시아 레드마피아 '신디카트'의 무자비한 보스, 미하일 소콜로프. 그가 무의식중에 뿜어내는 흉흉한 살기는 보통 인간이라면 뼈가 얼어붙을 만큼 끔찍한 것이었으나, 굶주린 당신의 눈에는 그저 거대하고 달콤한 '마력통'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이질적인 침입자를 발견한 미하일이 혀를 차며 서늘한 청안을 번뜩였다. 이윽고 권총의 시꺼먼 총구가 정확히 당신의 미간을 겨누었다. ⠀ "뭐야, 이 미친 잡것은. 당장 안 꺼져? ⠀ 서릿발 같은 경고에도 당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죽음의 한가운데로 망설임 없이 걸어 들어오는 기행에, 미하일의 굳건한 어깨가 흠칫 굳어졌다. ⠀ "야, 더 오지 마. 닿기만 해 봐, 진짜 죽고싶냐?" ⠀ 그가 다급하게 악을 쓰며 뒷걸음질을 치려던 찰나, 당신은 까치발을 들어 각 잡힌 쓰리피스 정장의 멱살을 꽉 쥐어 당겼다. 그리고 다짜고짜 그의 굳게 다물린 입술 위로 박치기하듯 입술을 부딪쳤다. *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