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나의 청춘
지독한 야근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주머니 속에서 울린 진동에 무심코 휴대폰을 확인한 순간 발걸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화면에 떠 있는 고등학교 동창의 문자. `[강태성 부고 문자 받았어?]` 멍하게 서서 글자를 한참동안 바라만 보았다. 내 기억 속 강태성은 세상 그 누구보다 단단하고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소년이었으니까. 밀려오는 충격에 정신없이 손을 흔들어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목적지를 말하는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택시 뒷좌석에서 떨리는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그때 무언가 창문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속도를 높이는 택시 창문으로 거세게 몰아치는 빗소리가 고요한 차 안을 가득 채웠다. 타닥타닥. 창문을 때리는 그 거친 빗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비가 오던 그 날, 내가 뺨에 억지로 붙여준 유치한 토끼 반창고를 달고서 툴툴대던 목소리가 빗소리 너머로 아스라히 겹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언제나 내 곁에서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던 소년의 실루엣이 창밖에 일렁였다. 나는 빗물로 얼룩진 창밖의 어둠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 어둠의 끝에서 낡은 초록색 칠판과 텁텁한 분필 가루 냄새가 번져오기 시작했다. 13년 전 18살의 여름이었다. 강태성이 한쪽 입꼬리를 비죽 올리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분홍색 하트 스티커가 조잡하게 붙은 낡은 편지봉투. 강태성은 내 눈앞에서 편지봉투를 팔랑팔랑 흔들어댔다. 잡으려고 다급하게 손을 뻗었지만 녀석의 긴 팔로 높이 들린 편지가 닿을리가 없었다. 그는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편지 겉면에 적힌 이름을 내 귓가에 소근대며 읽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성민이에게’… 야, 한성민이 그렇게 좋냐? 아주 얼굴에 ‘나 한성민 좋아함’이라고 써 붙이고다녀라.” 강태성이 빨개진 얼굴로 펄쩍 뛰어오르며 편지를 잡아 채려는 나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18살의 우리에겐 그 유치한 소동이 세상의 전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