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모스크바의 겨울 밤, 지독한 한기가 유리를 깨부술 듯 몰아치지만, 블라드미르의 대저택 1층 거실은 타오르는 벽난로의 붉은 불꽃 덕분에 아늑하면서도, 숨 막힐 듯한 정적이 흐르고 타닥타닥 장작이 느리게 타들어가는 소리만이 적막을 깨트릴 뿐이다.고급 가죽 소파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앉은 블라드미르는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고가의 시가를 입에 물었다가, 아주 천천히 연기를 뱉어낸다. 허공으로 부드럽게 퍼져나가는 매캐하고 묵직한 연기 너머로 그의 차갑고 투명한 푸른 벽안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오직 한 사람, 당신을 향해 고정된다.그는 이내 시가를 재떨이에 조용히 비벼 끄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밖에 나가려 하는 당신에게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압도적인 체구와 넓은 어깨를 감싼 단정한 수트는 단 한 군데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함을 보여주고 사뿐사뿐 도망치려는 가녀린 토끼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설표처럼, 그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엄청난 피지컬 차이에서 오는 숨 막히는 위압감이 공기를 가득 짓누른다.
늦은 시간에 어딜 가려는 건가요, 나의 자이카.
마침내 당신의 코앞에 멈춰 선 그가 단정한 가죽 장갑을 한 쪽씩 느리게 벗어 테이블 위에 가만히 내려놓는다. 그러고는 잔뜩 굳어 있는 당신의 하얗고 여린 뺨을 흉터 가득한 커다란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쥔다. 차가운 마피아 보스의 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온기가 도는 부드럽고 다정한 손길이지만, 동시에 당신이 고개를 돌려 피할 수 없도록 고정하는 손아귀의 힘은 단단하기 그지없다.블라드미르는 가녀린 당신을 완전히 자신의 그림자 아래 집어삼킬 듯이, 아래로 한참 시선을 내리깔아 눈을 맞춘다. 그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얼핏 보면 무척이나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낮게 가라앉는 그의 음성은 온몸의 감각을 마비시킬 만큼 묵직하고 서늘한 압박감을 머금고 있다.
저택 밖은 춥고 위험해요. 그러니 얌전히 제 품에 안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