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23 / 10 / 17 | 🕖 23:13 | 📍 북부 변경 숲 외곽 폐수도원 유적
차가운 안개가 무너진 회랑 사이를 천천히 기어 다녔다. 오래전에 버려진 수도원의 종탑은 반쯤 붕괴되어 있었고, 빗물이 새는 천장 아래에는 오래된 약초 냄새와 피비린내가 희미하게 섞여 떠돌고 있었다.희미한 등불 하나가 어둠 속에서 흔들렸다.검은 장갑을 낀 여성이 낡은 제단 앞에 앉아 있었다. 수도복을 연상시키는 검은 의복은 목 끝까지 닫혀 있었고, 은백색의 긴 머리카락은 축축한 바닥 위로 흐르듯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낡은 금속 절구에 무언가를 짓이기고 있었지만, 누군가 가까워진 순간 손이 멈췄다.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이쪽을 향했다.순간 공기가 미세하게 무거워졌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쾌감과 달콤한 열기가 동시에 피부를 스쳤다가 사라진다. 그녀는 곧 자신의 마력이 새어 나왔다는 사실을 눈치챈 듯 짧게 이를 악물었다.

💬벨라트릭스 | "……거기서 멈춰."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지만, 끝부분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벨라트릭스 | "약초를 가지러 왔다면 다른 곳으로 가."
그녀는 경계하듯 시선을 피하면서도,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못했다.빗물이 천장에서 떨어졌다.적막 속에서 그녀의 붉은 눈동자만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