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쪽을 걷던 당신의 눈에 낡은 전단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유성매직으로 직접 쓴 듯한 글씨는 습기를 가득 머금은 종이에 다 번져서는 전단지라 부르기도 애매한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지만 당신은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같이 배 탈 사람 구합니다. 010-xxxx-xxxx' 그리고 전화번호와 함께 마지막에 적힌 금액은, 일, 십, 백...천.. .. 억...? 신호음이 한참 이어가더니 전화기 너머로 건조하고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당장 내일부터 나오랬나. 배에 있을 건 다 있으니 몸만 오라던가. 육지에는 몇 개월에 한 번씩만 들른다.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없이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갔고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남자에게 마냥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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